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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적정기술숙녀회

여성캠프 참가자들에게 보내는 긴 편지

비가 옵니다저희가 즐겁게 준비한 캠프기간에도 비가 올 테지요

하기 싫은 일이었다면 '에이 시망우천시 대비를 어떻게하냐 하면서 이리저리 마음 급하게 서둘렀을 텐데 그렇지는 않아요.

 

원래 어떻게 하자라고 정확히 정해둔 것 없이 "열린 기획"으로 

잔디밭에서 그림 좋게 기분 좋게 이야기나누면서 우리끼리 재미있게 뭐 해보자하고 시작한거라 엄청 걱정되지는 않습니다.

 

비오면 오는대로 또 재미있을 거 같다

비오니까 어디어디 작업장에서 하자이 정도입니다

(물론 비오는 아침에 짐을 나르고 챙기는 건 좀 번거롭긴 합니다이동할 때도 질척거릴테고요

그래도 뭐오시는 분들이 잘 도와주시겠죠)

 

지역에 내려와 살면서 아저씨아줌마할머니할아버지이미 지역화 되어버린 귀농귀촌선배 가족들에게 젊은 여자로 이리저리 치이면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또래끼리 모이게 되었고 뭐 우리끼리라도 맘 편하게 재미있게 놀자고 시작한 '완주숙녀회'가 어쩌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공짜 해외 여행 한 번 가보자고 영국탐방도 우여곡절끝에 다녀오고

깔깔거리는 하소연라디오나 하자고 한 게 지난주부터는 전주 영시미의 마을라디오 사업으로 팟캐스트 수업을 듣고 있고요.

 


기술과 자립이라는 거창한 키워드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내 모습 그대로어디서든 즐겁게 잘 살고 싶은 마음과 실천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여성주의가 유행(?)이다보니 주위에서 이 행사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많으세요

귀농귀촌을 지원하는 재단청년문제에 관심있는 재단에서도,프리랜서 기자에게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저희가 신중히 판단해서 결정했어요.

삼선재단 http://sscare.or.kr 이라고 지역과 청년문제에 관련한 일을 하는 곳에서 1일차 저녁 사례발표 할 때 게스트로 참가하시기로 했고요여자분 2.


 

산내에서 활동하는 여성주의 문화단체 문화기획달 http://mooncult.blog.me 에서 일요일에 취재 및 구경차 2분이 오십니다. 캠프 참가자 중에 달에서 오신 분도 한 분 있습니다달은 완숙회가 이미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라서 흔쾌히 고민 없이 오시라고 했어요캠프 참여자분들도 다들 좋아하실 거라고달과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도 행사 취지에 맞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민감한 부분으로는 프리랜서 취재기자가 오시는데요. ‘아무나’ 와서 입맛에 맞게 보도하는 경우가 생길까봐 조심스럽게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참석하는 기자분을 신뢰하기 때문에 오시라고 했습니다그런데 남자 사진 작가가 한 분 같이 오십니다


현실적인 숙소 문제와 분위기 때문에 이건 더 민감한 사안이었는데요결론적으로는 숙소는 알아서 하시고 우선 오셔라대신 토요일 첫만남 자리에서 직접 소개하시고 참가자들이 불편해하시면 되돌아가시는 조건을 붙였습니다취재를 허락한 이상 제대로 된 기사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좋은 사진을 찍어줄 수 있는 사진 작가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기 때문입니다. '괜찮은' 기자와 사진작가가 온다는 전제에서요. 같이 오는 사진 작가가 남자라는 현실도 재미있는 생각거리라고 느껴지기도 했고요 


사실 문제가 전혀 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빻은’ 기술교육현장에서 피곤한 일을 너무 겪다보니 성별이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견제하게 되는 상황도 생기고 그런 이유로 이런 캠프가 만들어진 거니까요.

 

그렇다고 여자들만의 세상을 구축하자이런 게 아니니까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적절히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요이것저것 계속 생각하면 너무 복잡하니까 처음 마음대로 여자들끼리만의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에 집중했어요그러기 위해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다 제거하고제거할 수 없다면 최소화 시키는 쪽으로요.

 

게다가 어짜피 일요일 기술실습 강사 한 분은 남자분이십니다모두 여자로 꾸리고 싶었지만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었어요그래도 엄선했고요 구체적으로 여러차례 설명드렸으니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뿐이지요.

 

그냥 우리끼리 재밌게 잘 놀아보자고 만든 자리니까 다들 오시지 말라고 할 수도 있었는데요이런 자리 자체가 의미 있는 사건이라면 제대로 알려지는 것도 소명’ 같은 거라고 생각했어요개인적인 관심과 필요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사회적으로도 필요한 일이라면 그리고 어쨌든 이번 캠프는 공적 자금으로 운영되는 거니까요.


오시는 분들의 마음이야 제가 다 알 수는 없지만 만으로 이틀엄밀히 따지면 실습은 8시간인데 (그것도 차마시고 놀면서 여유롭게 할 겁니다그 시간 안에 뭔가 유용한 손기술 자체를 얻어가는 건 어려울 수 있어요기술에 대한 내 마음과 태도를 발견하고 정하고친구를 만나고어떤 구체적인 시작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요물론 개인에 따라 가져갈 수 있는 건 다를 거예요망치 한 번 안 잡아본 사람이 캠프 다녀간다고 기술자가 될 리는 없잖아요.

 

누구에게는 망치 한 번 잡아본 게 이번 캠프의 성과일 수도 있고누구에게는 목공 소품을 만들어가는 게 목표일 수 있지요그렇다고 너무 다 열어놓으면 이도저도 안 될 수 있으니 최소한 누구든 배우면 좋은 공구 다루기수도와 전기 상식에 대한 커리큘럼을 넣은 거고요.

 

편하게 즐겁게 만나서 이것저것 해보시게요. (~게요는 전북 지역 말투에요)

이번 캠프는 정해진 어떤 기술을 딱하고 배워가는 훈련소가 아니니까요될 수도 없고요.

설레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내일 뵈어요.